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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인 목표와 실행 계획 세우기 - Setting SMART Goals and Plans

잘살궁리 2024. 1. 20. 22:52

여러분은 재정적인 목표가 있으신가요? 단순히 돈을 더 벌고 싶다. 얼마 정도 벌면 좋겠다. 이런 식으로 막연하게 바라고만 계신 건 아닌가요? 어떻게 아냐고요? 제가 그랬으니까요. 제 성격이 나무보다는 숲을 보는 성격이라 세심하고 꼼꼼하게 계획을 세우는 것과는 좀 거리가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큰 목표를 설정하고 방향만 맞춰가는 정도이지요. 오늘은 저와 비슷한 분들을 위해 "목표 세우기"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제가 처음으로 재정적인 목표를 세운 적이 언제인가 돌아보았습니다. 중학교 때 (1980년대 초반) 저는 용돈을 월 3000원 받았습니다. 당시 과일맛 사탕 12알 들어 있는 "바니" 캔디 한 봉지가 100원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저를 포함해 함께 몰려다니던 친구들 4명이 바니 사탕 한 봉지를 사서 나눠먹었기에 기억이 생생하게 남아있습니다. 군것질로 다 써버릴 수 있는 돈이지만 넉넉지 않은 형편의 가정이라서 그나마도 아껴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그 중 1000원을 남겨 모았고 설날 세뱃돈을 합해서 참고서 사는 데에 보탰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참 기특했네요. ^^

 

대학 다닐 때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부족한 용돈을 메웠고 그 돈을 아껴 매월 2만 원씩 3년간 적금을 부었습니다. 그게 제가 직접 돈을 벌며 처음으로 세운 재정 목표였던 것 같습니다. 당시 저는 영어를 배우고 싶어서 미국에 잠깐이라도 다녀오는 게 소원이었는데 집안 형편을 생각하니 부모님께 말도 못 꺼내고 일단 비행기값이라도 모으자는 계산이었습니다. 미국에 이민간 친척들이 좀 있어서 가서는 거기에 빌붙을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졸업을 하고 취업을 하고 보니 그렇게 3년 간 모은 돈이 1달치 월급이더군요. 어찌나 허무하던지... 게다가 취업을 했으니 미국에 가려는 꿈도 흐지부지 되고, 나의 3년 꿈은 어떻게 써버렸는지 이제는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목표가 있으니 돈을 모으기는 했으나 목표가 흐리멍덩해지니 긴 기간 애써 모은 돈도 온데간데 없습니다. 목표를 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관리하는 것도 참 중요하구나 싶네요. 그래도 제가 잘한 건 무리한 목표를 세우지 않았기에 돈을 모을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시작은 작게 하는 거라고 합니다. 돈을 저축하는 것이 목표지만 그에 앞서 그 돈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먼저 명확히 해야겠지요? 

 

재정 분야뿐만 아니라 다른 목표를 세울 때에도 적용되는 SMART 라는 목표 설정 방법을 알고 계시나요? 목표가 가지고 있어야 하는 요소를 나타낸 건데요. Specific (구체적), Measurable(측정 가능한), Attainable(성취 가능한), Result-Oriented (결과 지향적인), Time-driven(기한이 설정된), 이 다섯 가지 요소를 갖고 있어야 잘 설정한 목표라고 합니다. 목표를 세우고 이 요소들을 따져보면 현실성 있는 목표인지 알 수 있습니다.

 

출처: Pixabay

 

자, 이제 함께 목표도 세우고 그에 따른 계획도 해볼까요?  

 

1. 먼저 분야나 크기에 상관없이 앞으로 한 달 안에 하고 싶은 것, 하려고 한 것을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나열해 보세요.

    예) 30만 원 저축하기. 일주일에 3회 운동하기, 일주일에 1회 식구들과 외식하기, 따로 사는 부모님 방문하기 등 

         그 중 한 가지를 선택합니다. 

         저는 내년(2025년) 4월에 한국에 한 달 간 나가기 위해 항공료와 가서 쓸 돈을 모으는 것을 목표로 하겠습니다. 

 

2. 나열한 목표가 구체적인지 살펴봅니다. (Specific)

   2025년 1월까지 항공료와 가서 쓸 돈 $5000 준비 

 

3. 목표가 측정 가능한가? (Measurable

항공료와 체류비를 계산해 봅니다. 항공료가 워낙 비싸서 비수기에 바쁘지 않은 4월을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직항은 $3000 안팎으로 너무 비싸니 2번 갈아타는 가장 저렴한 항공편을 택해 $2000 내에서 해결하려 합니다. 

가서 머물면서 쓸 돈도 필요하지요. 교통비와 부모님께 쓸 돈을 생각하면 기본 $3000 정도 필요합니다. 총 $5000을 1년 동안 모아야겠습니다. 월 얼마씩 저축해야 하는지가 나옵니다. 월 $410씩 고정비용 이외에 따로 모아야 합니다. 

 

4. 목표가 나에게 동기부여가 되는가? (Motivational)

연로하신 부모님을 뵈러 가는 것이니 충분히 동기 부여가 되고도 남습니다. 작년에 나갔다 와서는 매년 나가야겠다고 마음먹었으나 지나고 보니 올해는 여러 모로 좀 무리가 되겠다 싶어 내년에 나가기로 했습니다. 1년을 미루니 내년에는 꼭 나가려 합니다. 가서 부모님과 대화도 실컷 나누고 추억도 많이 남기고 싶습니다. 

 

5.  성취 가능한가? (Attainable)

다행히 시간을 낼 수 있는 일을 하고 있어서 충분히 성취 가능합니다. 재정적인 면에서도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올해에 나가면 세금이나 아이 등록금 등 다른 저축 부분에 좀 영향이 있을 것 같아 무리가 되지 않도록 내년으로 미루었습니다. 

 

6.  결과 지향적인가? (Result-oriented)

부모님을 뵙지 않고 가보지 않은 유럽이나 다른 곳에 여행을 가면 어떨까요? 아니면 저축을 한다면? 저와 남편의 성향으로는 부모님을 뵙고 뭐 하나라도 해드리고 오는 편이 훨씬 마음이 가볍고 좋을 것 같습니다. 유럽은 나중에 더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있을 때 마음 편하게 다녀오고 싶습니다. 좋은 것을 보고 먹을 때 꼭 엄마 아빠 생각이 나서요. 결과적으로, 마음 불편한 우리만을 위한 여행보다는 우리 몸도 마음도 편하고 부모님이 좋아하실 수 있는 한국행을 선택합니다. 사실, 한국을 자주 가기로 한 건 나중에 우리가 후회를 좀 덜하고자는 마음이 큽니다. 

 

7. 기한을 설정했나? (Time-driven)

내년 4월에 나가지만 항공 티켓 구매는 1월에는 하는 게 좋으니 기한을 1월로 정했습니다. 

 

전에는 한 가지 프로젝트를 위해 저축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못했습니다. 지금 보면 당연한 것을 왜 생각을 못한 건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어떤 재정전문가가 들어오는 모든 돈에 이름을 붙이라고 하더군요. 쓸데없는 곳에 돈을 쓰지 말라는 의미입니다. 남겨서 저축을 하더라도 이름을 붙여서 용도를 설정해서 구분해 두라고 합니다. 그 말에 동의하며 실천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요즘은 모두 자동이체 등 내 손을 거쳐가지 않고 돈이 들고나기 때문에 쉽지 않지만 장을 볼 때는 최대한 현금을 쓰려고도 하고요. 계좌를 여러 개 만들어 용도에 따라 분산해 두기도 합니다.  그 부분은 나중에 한번 다루겠습니다. 

 

재정적인 목표를 세우고 돈에 이름을 붙여서 관리하기. 오늘 당장 한 가지 목표라도 세우고 시작해 보시기 바랍니다.